등록 : 2008.09.16 19:42
수정 : 2008.09.16 19:42
사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을 계기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특히 사회 일각과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현재의 ‘개념계획 5029’를 ‘작전계획 5029’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작전계획으로 격상시킬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지도자의 유고나 갑작스런 내부 혼란 등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서 정부가 미리 적절한 대책을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논의를 중단했던 ‘작계 5029’를 부활시키자며 군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작전계획은 말 그대로 군사작전이다. 특히 미국이 제안했던 ‘작계 5029’는 북한에 정치적 급변사태가 생겼을 경우 미군 지휘 아래 한-미 연합군을 투입해 군사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침략을 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영토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는 만큼 국제법상 일종의 선제공격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무기나 물질을 빼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상이다. 자칫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군의 북한 진주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작계는 작전권을 미군에 넘김으로써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높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도 거꾸로 가는 흐름이다. 따라서 지난 정권에서 이미 폐기된 낡은 군사구상을 끄집어낼 게 아니라 지금은 독창적인 한반도 평화관리 구상을 마련해야 할 때다.
독일의 사례에서 봤듯이 흡수통일도 군사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외교역량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북한의 지배 엘리트와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결정적인 요소다. 평상시에 좋은 관계를 조성하고 유지해야만 북한이 위기 때 남한한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그럴 때만 주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
정부는 김 위원장 건강상태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중계방송하듯 하지 말고, 경직된 남북관계의 복원부터 서둘러야 한다. 한-미 연합상륙훈련 확대 등으로 쓸데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서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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