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16 19:43
수정 : 2008.09.16 19:43
사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에 따른 월가의 충격에 우리 금융시장이 심하게 요동을 쳤다. 어제 주식시장은 ‘검은 화요일’을 맞았고 환율은 치솟았다.
정부는 미국 등 주요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 노력 등을 종합할 때 앞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위축 등 어려움이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심리적 충격이 상당함을 증언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 사이에 간극이 여전한데, 정부는 이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국외자산 규모가 전체 보유자산의 3% 수준이라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손실 규모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고 건전성 확보 노력을 해온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듯하다. 지난번 ‘9월 위기설’ 때처럼 위기를 부풀리거나 위기설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물론 안이한 대응이나 지나친 낙관주의도 피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외 투자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외화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외국환 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시도했다가 연기했는데, 이런 요인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인식되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신용경색이 악화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은행권의 지급준비 상황을 탄력적으로 관리해 시중 유동성의 안정을 기하고 외환시장의 과도한 급변동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과의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에 큰 혼란을 겪었던 9월 위기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위기설의 본질은 단순히 채권 만기 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데 있었던 게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정부와 시장의 소통 부재, 가계 및 중소기업 부채 부담 우려, 달러 유동성 부족 등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난 데 있다. 위기설의 배후를 찾는 방식으로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일관성 있는 대처 계획을 밝혀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