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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7 20:22 수정 : 2008.09.17 20:22

사설

세계 최대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파산 위기를 넘기면서 금융시장의 공황은 일단 진정되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지적한 대로,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와 비교되는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회사들의 부정직과 정책 결정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산물이다. 지난 7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 때만 해도 미국은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고 했으나,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 기능을 갖췄다는 논리에 근거해 지난 20여년 구가해온 신자유주의 신화가 여지없이 깨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좇아 시장만능주의를 추앙하는 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은 결코 그 스스로 완전할 수 없다. 앞서가던 미국에서 시장은 스스로 국가를 불러들였고 국가도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스티글리츠는 “장사가 잘될 때 정부 개입을 꺼리다가도 망하게 되면 어김없이 손을 벌리는” 시장의 위선을 통렬히 지적했다. 감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시장주의 정책은 하나같이 그러한 위선과 위험 요인을 내포하고 있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보듯 시장 영역을 확대하는 감세와 작은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고 2 대 8의 불평등사회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도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의 절대 강자이면서 내부 투명성은 떨어지는 재벌을 풀어주면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으며 재벌기업마저 부실화될 수도 있다. 국내 은행·증권사들은 내년으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미국식 투자은행을 꿈꿔 왔는데, 이제 시장 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이 급선무가 됐다. 금산 분리 완화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만능주의로는 시장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이 실패한 미국 모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그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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