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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8 21:52 수정 : 2008.09.18 21:52

사설

정부가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애초 방침을 번복하려 하고 있다. 2011년까지 전·의경 차출자를 연 1만2천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그 이후 제도 존속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까지 전·의경 수를 단계적으로 줄인 뒤 2012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지난해 초 정부의 ‘병역제도 개선방안’을 뒤집은 것이다. 국민의 관심과 이해가 걸린 정책을 공청회나 토론회 같은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바꾸겠다는 비민주적 발상이 놀랍다.

정부가 전·의경 제도 폐지를 유보하기로 한 것은,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충분한 시위진압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우세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의경을 현역 경찰관으로 대체할 경우의 예산 부담도 고려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전·의경 제도 유지가 정당화될 순 없다. 정부의 방침 변경은 앞으로도 당분간 2만여 전·의경을 시위 진압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니, 나라를 지키는 데 동원돼야 할 국방력을 정권 안보에 계속 돌려쓰겠다는 말이 된다. 전·의경 없이는 지탱하기 힘든 정권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방침 변경은 집행될 경우 장차 방위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지난해 병역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당시 국방부는, 우수한 병역 자원이 전·의경 등으로 차출되는 바람에 현역병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전·의경제 등 전환복무제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출산율 저하와 복무기간 단축도 이런 방침의 배경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전·의경 제도를 유지하려 한다면 국가 안보보다 정권 안보를 우선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전·의경 제도가 잘못 운용되면서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현행 전투경찰대설치법은 전·의경의 임무를 대간첩작전 수행과 치안업무 보조로 규정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에 나선 시민이 적으로 삼아야 할 간첩일 수도 없고, 시위 진압이 치안업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 없이 전·의경으로 차출돼 원치 않는 시위 진압에 나서야 하는 전·의경들이 양심에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받는 현실도 더 계속돼선 안 된다. 이는 사실상의 강제노역에 해당한다. 정부는 전·의경 제도 폐지 약속을 지키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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