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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1 20:21 수정 : 2008.09.21 20:21

사설

촛불집회에 유모차를 끌고 참가했던 아기 엄마들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느닷없이 집을 찾아가 출두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협박이 따로 없다. 군사독재 시절 정보경찰의 민간인 사찰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촛불 민심에 폭력과 불법 따위 덧칠을 해대던 공안정권이 이젠 엄마들한테까지 종주먹을 들이대며 입 다물라고 위협하는 꼴이다.

촛불집회는 평화 집회였다. 아이들이 잔디밭을 아장이며 걷고, 소녀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는 가운데 벌어졌던 민주주의의 축제였다. 그랬기에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회에 나온 것이다. 최루탄과 화염병 대신 평화와 웃음이 오가는 집회를 이룬 것은 우리 민주화의 아름다운 성과이기도 하다. 그런 평화를 가로막아 깨뜨린 것이 경찰의 물대포와 방패, 군홧발이었다. 경찰 주장처럼 유모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가로막은 게 아니다. 그렇게 일의 앞뒤를 뒤바꿔 엄마들을 욕보이려 해선 안 된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걱정해 촛불을 들고 나선 엄마들을 조사·처벌하겠다는 발상부터가 온당치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 애끓는 심정은 촛불을 들지 않았더라도 많은 부모가 마찬가지일 터이다.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로 봐도 당연히 허용되는 행동이니 처벌 운운할 일이 아니다.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이 폭력·과격 시위자일 수도 없다.

경찰은 조사 대상인 엄마들이 인터넷카페에서 회원들에게 촛불집회에 참가하도록 공지한 게 불법시위 참가를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무리한 법적용이다. 집회 참가를 권유한 것을 선동 따위 험한 말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거니와, 그런 행동이 불법이 될 수도 없다. 이미 법원은 친구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도록 휴대폰 단체 문자를 돌린 대입 재수생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일 말고도, 엄하게 처벌할 일이 아닌데도 경찰이나 검찰이 보란 듯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그런 수사의 대상은 주로 촛불집회에 참가했거나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쪽이다. 겁을 주어 비판의 입을 틀어막거나 욕보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정권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위력을 과시하라고 경찰이나 검찰에 힘을 준 건 아니다. 경찰은 당장 이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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