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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씨의 ‘산악 그랜드슬램’ |
산악인 박영석씨를 비롯한 4명의 원정대가 그제 북극점에 닿았다. 이로써 박씨는 남·북의 극점과 히말라야 8000m급 고봉들, 일곱 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르는 ‘산악 그랜드슬램’을 마침내 이뤄냈다. 히말리야산맥 열네 봉우리를 모두 오른 산악인은 여럿 있지만, 박씨와 같은 경우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때이른 더위를 한꺼번에 불어날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54일 동안 살을 에는 강추위와 온갖 위험을 이겨낸 인간승리에 갈채를 보낸다.
박씨는 이전에도 여러 기록을 갖고 있던 산악인이었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상태로 등정했고, 2001년에는 히말라야 열네 고봉을 세계 최단 기간에 올랐다. 값진 것은 ‘최초’라는 기록만은 아니다. 그동안 그의 도전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드라마였다. 그는 네 번째 도전 만에 어렵게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세 번째 등정 때는 추락해 로프에 매달린 채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한 인간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때로는 물러설 줄 아는 참된 용기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번 북극탐험도 그에겐 두 번째 도전이었다. 2003년에도 도전했으나 부상과 악천후로 돌아왔다고 한다.
극한 상황에 대한 도전은 누구나 쉽게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에베레스트만 하더라도 그동안 1228명이 한번 이상 등정에 성공했으나, 등반 도중 숨진 이가 175명이나 된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고상돈씨를 비롯해 많은 산악인이 다른 고봉을 오르다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극한에 도달하려는 사람들의 존재는 그 사회의 의지나 열정을 재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북극탐험 성공과 박씨의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시한번 축하와 감사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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