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3 20:02
수정 : 2008.09.23 20:02
사설
정부·여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장차 폐지하겠다고 한다. 과세기준을 지금의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최고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9억원짜리 집을 가진 경우 애초 225만원인 세금이 내년엔 면제되며, 15억원짜리는 97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유명무실해진다.
종부세를 그렇게 허무는 것은 공든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거나 다름없다. 종부세는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어렵사리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한 것이다. 종부세에 부담을 느끼는 계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히 부분적인 문제점을 침소봉대해 아예 세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와 궤변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가중되고 있는 경제난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내년에는 먹고 살기가 더 빡빡해질 것이란 걱정이 많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는 물론 여당 안에서조차 논란이 심한 종부세에 손을 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강부자’에 포획된 정권이 아니고선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다. 지난 수십 년 집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 부동산 부자는 불로소득을 얻고 서민들은 주거권을 위협받아 왔다. 땀 흘려 한 푼 두 푼 모아 내집 마련을 하는 것보다 대출받아 집 사두는 것이 이득이 되면 누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려 하겠는가. 보유세 강화는 이런 고질병을 막고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기초를 다진 것이다.
따라서 종부세가 조세원칙에 맞지 않느니 세금폭탄이니 하는 주장은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비록 중도에 그만뒀지만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모두 보유세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영국·일본의 경우 부동산 가격 대비 세부담 비율은 1%가 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0.3%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종부세는 전액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교부돼 당장 지자체의 재정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용으로 중대형 주택을 보유하려는 욕구가 더 커지면 집값은 다시 들썩거릴 것이며, 사회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다. 종부세에 대한 이런 식의 외눈박이식 접근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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