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3 20:02
수정 : 2008.09.23 20:02
사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종잣돈마저 흔들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리먼브러더스와 에이아이지 등 국외투자로 최소 5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고, 최근 국내 주식시장 혼란으로 1조원 이상의 가치손실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총 228조원으로, 이 중 99.6%가 금융부문을 통해 운용된다. 그 가운데 주식투자금은 국내 32조원, 국외 9조원에 이르고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수익률을 높이면 그만큼 보험료율 인상 압박을 줄이고 뒷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금기금의 공적 성격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반 펀드와 똑같이 수익률만을 올리겠다는 발상에 있다. 연금관리공단 박해춘 이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권한 밖의 일인 연금기금 운용을 언급하면서 주식투자 비율을 4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연금기금의 수익률을 현재의 갑절 수준인 1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다른 문제는 연금기금을 정부의 주식시장 개입 정책의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형성과 정상적인 수익률 달성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주가 폭락 장세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장을 버티는 구실을 자처할 경우엔 연금기금의 미래도, 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없다.
이런 마당에 복지부는 기금에 관한 한 최고의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전문가 심의기구인 기금실무평가위원회를 열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금융위기의 와중에 이런 방안을 내놓는 복지부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기금운용위원회가 현재까지 드러난 기금운용의 난맥상을 엄중히 검증하기는커녕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을 합리화해 주는 구실만 한다면 국민의 불신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 대표가 다수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금융전문가들만으로 재편하려는 정부 여당의 개편안은 더욱 위험하다. 가입자의 위임을 받지 않은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통째로 맡겼다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정부와 가입자, 그리고 금융전문가의 상호 견제와 합의 속에 수익성과 공공성, 안정성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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