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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23 20:03 수정 : 2008.09.23 20:03

사설

어제 부임한 캐슬린 스티븐스(한국이름 심은경) 주한 미국대사는 여러 면에서 처음이다. 우선 정부 수립 이후 온 21명의 미국대사 가운데 첫 여성이며, 한국말을 능숙하게 부려쓰는 첫 대사다. 또한, 젊은시절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 등 한국인의 생활과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적잖은 까닭이다.

그는 변화하는 한-미 관계에 걸맞은 대사이기도 하다. 어떤 미국대사든 워싱턴의 통제를 받아 움직이는 외교관에 지나지 않지만, 주한 대사는 지난 수십 년 한국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권력자로 인식됐다. 특히 정통성이 취약한 군사정권 때는 미국대사가 한국 내정에 깊숙하게 관여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에서 ‘총독’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미국대사에 대한 한국인의 과도한 평가는 냉전 종식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사 자신도 때때로 권위적 태도를 보였다. 전임자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북한 및 쇠고기 수입 문제 등과 관련한 섣부른 공개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 그런 사례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와 달리 소통과 상호 이해를 위해 노력하는 소탈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전환기적 상황에 있다. 스티븐스 대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달 초순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모든 한국인이 좀더 나은 삶과 인권을 향유하는 것”이 한·미 두 나라의 좀더 높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충실한 다리 구실을 함으로써 이 목표를 순조롭게 이루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는 쉽지 않은 자리다. 전환기에는 여러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다 비뚤어진 역사에서 비롯된 그릇된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관계를 미래지향적인 새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와 관련해 “정직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솔직하게 도움도 청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견해 차이가 있더라도 이해가 부족해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기 드문 ‘지한파 대사’의 열린 시야와 진심 어린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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