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9.24 21:11
수정 : 2008.09.24 21:11
사설
청와대가 한나라당에게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한 법률안에 종부세법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부자를 위해 감세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세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허물기는 그동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대를 메다시피 했는데, 결국 이 대통령의 뜻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기획으로 정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작전하듯 밀어붙이는데 반해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감세로 큰 혜택을 보는 것은 2% 부유층에 불과하다. 반면 종부세가 줄면 교부금으로 받던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확 줄어들 수밖에 없어 풍선효과로 재산세나 다른 세금을 올려야 한다. 뻔히 서민 중산층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판인데 “정책 주안점은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에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정당성이 없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니 ‘잘못된 세금체계’라는 억지 논리를 동원하는 것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종부세 폐지는 대선·총선 때 공약한 것으로 약속 이행을 못 하고 좌절한다면 신뢰를 잃게 된다”고 했는데 이것도 억지 논리다. 그렇다면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왜 추진하지 않는가.
여권 안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종부세 무력화에 혈안이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이른바 강부자에 둘러싸여, 서민은 안중에도 없이 눈에 뭐가 씐 듯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로 여기는 듯하다. 또는 욕을 먹더라도 집토끼로 가자며 정치적 결집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정부가 가져야 할 균형감각과 미래감각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강부자 정권의 속성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는 없을 것이다.
종부세는 조세원칙과 사회정의의 기반을 한 차원 높게 다진 것이다. 상식을 비상식으로 덧칠해 힘으로 밀어붙여 전봇대 뽑듯 하면 뽑을 수는 있겠지만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억지 논리로 서민들 가슴에 못을 박는데 아파하지 않을 서민이 어디 있겠으며, 여론조사에서 종부세 지지가 높게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으로 봐야 한다.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실세 상당수도 직접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본다. 정책과 개인적 이해는 무관하다고 해도 서민들의 시선이 어떨지 헤아려봐야 할 것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