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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30 20:33 수정 : 2008.09.30 20:34

사설

얼마 전 미국에 머물다가 돌아온 한 경제학자가 “세계경제의 중심에 난리가 났는데 한국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너무 평온해 놀랐다”고 했다. 그 학자의 우려가 어제 또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달러 값은 치솟고 주식시장은 요동쳤다. 금융기관들은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기업들도 달러 선취매를 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역부족이다.

당장 금융시장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은 이해되지만 과민반응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어떤 식으로든 처리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47억달러의 경상적자를 기록했지만 자본수지는 53억달러 흑자로 국제수지는 순유입을 기록했다. 시장은 공생공멸의 정신을 가다듬고, 당국은 과도한 쏠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처리된다고 문제가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다.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충분치 않으며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는 세계경제가 태풍권에서 단기간에 빠져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각오해야 한다.

이처럼 경제 지반이 흔들리고 외부 충격이 해일처럼 밀려오는데도 한국 정부의 위기 인식과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유독 원화 환율이 치솟는 까닭도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한 탓이 크다. 새해 예산안을 보면 놀랍게도 5%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벼랑 끝의 서민에 대한 배려 없이 감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상누각이 된 금융규제 완화법안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냉전적 사고에 얽매여 남남 갈등과 남북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더욱 한심하다. 당장 내일이 걱정이고 미래가 불투명한데 비판세력 때려잡기와 전 정권 비리 캐기, 공안정국 조성에 당국은 물론 여당까지 나서서 열을 올리고 있다. 야당과 국민의 협력을 구해 경제위기 관리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시대착오적 이념대결이나 벌여서 되겠는가.

정부는 충격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영세 서민들에 대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환시장 개입은 최대한 신중히 하고, 유동성 위기 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나라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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