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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1 20:00 수정 : 2008.10.01 20:00

사설

어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자사고의 여러 모형을 제시하는 자리였으니, 찬반 여론을 듣는 게 아니라 자사고 설립을 기정사실화하는 공청회였다. 공교육 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제도 도입을 이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아예, 연내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법적 틀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자사고의 모형은 관심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의 도입 여부다. 자사고의 성격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 이미 드러났다. 요컨대 상류층 집안 아이들이나 다닐 수 있는 귀족학교인 것이다. 농어촌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짓는다는 기숙형 공립학교는 귀족학교 설립에 대한 비난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자사고는 학생의 등록금과 기부금, 재단 전입금 등으로 운영된다. 소액의 법정 전입금조차 내지 않는 게 지금의 사립학교 현실이고 보면, 자사고의 재원은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게 될 게 뻔하다. 자사고의 모델이 되고 있는 영국 사립학교의 등록금은 연간 2000만원 안팎에 이른다. 이처럼 비싼 등록금의 대가로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건 확실한 입시교육이다. 결국, 자사고는 상류층 아이들의 입시학원 기능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살림이 넉넉하고 학업에 대한 의욕이 높은 아이들이 자사고 혹은 기숙형 학교로 빠져나가면, 일반 공립학교는 자연 슬럼화된다. 이 정부의 의도가 과거 흑백 분리교육의 현대판인 계층 분리교육을 부활시키는 것이나 아닌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미 특목고 제도로 말미암아 불구가 되어버린 고교 평준화 정책은 사실상 해체된다. 기존의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에 자사고 100여개까지 설립되면, 특수학교의 인원은 과거의 명문고 수준을 넘어선다. 학생 선발에서 지필고사를 배제한다고 하지만, 지금도 특목고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심층 면접 등 다양한 형식의 성적순 선발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사교육 시장은 팽창하고,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지금은 자사고의 학생선발 모형 따위를 놓고 논의할 때가 아니다. 제도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학계에선 영국의 사립고나 미국의 귀족형 차터스쿨도 실패작으로 평가한다. 한번 세우면 되돌리기 힘든 게 학교다.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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