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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2 22:12 수정 : 2008.10.02 22:12

사설

김회선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지난 1일 “한국 내에 친북좌익 세력 척결 없인 선진국을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과의 공식 면담 자리에서 한 얘기니 단순한 실언이라고 보긴 어렵다.

국내보안 업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완고한 인식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그런 인식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합의틀 안에 있어야지, 그 범위를 뛰어넘으면 반드시 무리가 나타나고 부작용이 심해진다. 이번 발언은 아무리 국정원 간부의 말이라 해도 지난 수십 년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합의해 온 방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위험스럽다.

우선 ‘친북좌익 세력’이란 어휘는, 십수 년 전까지 군사정권과 공안기관들이 즐겨 썼던 ‘빨갱이’란 단어처럼 매우 몰이성적이고 정치적이다. 당시 공안기관들은 ‘빨갱이를 때려잡아야 나라가 산다’는 식의 얘기를 서슴없이 하면서, 그게 투철한 국가관인 양 착각했다. 그런 인식이 남과 북의 대결의식을 고취한 건 물론이고 우리 사회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는지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친북좌익 세력을 척결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대로라면, 그 세력이 추종하는 북한 정권을 하루빨리 무너뜨리는 게 절대 선이고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적행위를 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극우보수 인사들이 우리 사회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천천히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 추진됐고 지금 이명박 정권도 공식적으론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극우 인사들이 극단적 발언을 하는 것과, 국내 보안업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이 똑같은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공안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으로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상적 탄압과 무리한 공안수사가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국가 정보기관에 수십 년 전의 냉전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 국내 분야 수장으로 앉아있는 건 옳지 않다. 김회선 2차장은 발언에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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