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3 20:15
수정 : 2008.10.03 20:15
사설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산업·고용 지표가 악화하고, 국내 소비와 투자, 수출도 내리막길로 내닫고 있다. 정부의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하지만, 정부의 상황인식이나 경제운용 방향, 개별 경제정책 등 모든 게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세계경기 침체가 앞으로 최소 1~2년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에도 우리 정부는 아주 낙관적이다. 눈앞의 위기만 넘기면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땜질식 처방을 해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최소 2년 정도는 위기국면이 지속한다고 보고,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갈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달러뿐 아니라 원화 유동성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시중 돈줄이 마르면 기업 부도가 늘고, 이는 실업자 양산 → 가계소득 감소 → 소비 감소 → 생산 위축 → 성장률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시의적절한 유동성 관리와 자금 조달에 취약한 중소기업 등에 대한 특별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정부는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시장에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시장에 불신이 팽배해져, 신용경색은 더욱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가면 세수는 자연히 감소한다. 정부 방침대로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시행할 경우, 세수 감소로 말미암은 재정적자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이는 시중 금리를 상승시켜 기업 투자 등을 위축시키게 된다.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는 지금, 감세정책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16만가구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주택 500만채를 새로 공급하면 주택시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집값 폭락세는 가속화하고,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이다.
정부는 국내 실물경제가 최악의 상황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낙관했다간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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