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5 21:19
수정 : 2008.10.05 21:19
사설
정부와 한나라당이 탤런트 최진실씨의 죽음을 빌미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댓글도 쉽게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최진실법’이라고 이름지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엉뚱한 데 고인의 이름을 붙인 것일 뿐이다. 애초 사이버 모욕죄는 촛불집회 뒤인 지난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이미 도입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 취지도 정권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댓글 삭제조건 완화 역시 누리꾼들의 참여와 발언을 누르려는 정권 차원의 대응책이었다. 이제 와서 최씨의 죽음을 그런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려는 꼴이니, 치졸하고 비인간적이다.
개정안은 악성 댓글과 정당한 비판 글을 같은 위상에 놓고 통제하려는 ‘마녀사냥식’ 발상이어서 더 위험하다. 그러지 않아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5월부터 하루 두 차례씩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내 누리꾼 아이디와 함께 검찰·경찰·방송통신위원회·청와대 등에 전달해 왔다고 한다. 정부·여당 개정안대로 되면, 악성 댓글뿐 아니라 이런 정부나 기업 비판 글까지 자의적인 조사와 처벌, 삭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정권 차원의 인터넷 통제와 전면 검열이니,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
악성 댓글은 굳이 ‘최진실법’이 없더라도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형법상 모욕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법 적용을 엄격히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엄청난 부작용을 무릅쓰고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정치적 저의를 지닌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악성 댓글 등 일부 왜곡된 인터넷 문화는 심각한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차단과 개선의 방안을 찾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 근본적 해결책은 누리꾼 스스로 찾는 게 옳다. 인터넷 공간에서 자체적인 검증과 정화 시스템을 마련하고 규제 방안을 정하되, 정부 권력 등 외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권력이 극히 소수인 ‘악플러’ 문제를 인터넷 전체의 문제인 양 호도해, 인터넷 공간의 본질인 개방성과 자율성, 자유로운 의사소통까지 훼손하려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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