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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6 21:33 수정 : 2008.10.06 21:33

사설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어제 시작됐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행정부의 비리와 잘못을 드러내는 데 성과를 거둔 게 국정감사 제도지만, 지금도 그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국민 관심이 쏠린 사안들에서 국회는 감시자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론 국민 기대에 걸맞은 생산적인 국감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그 책임은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감의 막이 오르자마자, 전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실정을 파헤치는 데만 온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5년은 분열과 갈등, 선동의 시기였다”(나성린 의원), “과거 군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 발언이 군복무에 대한 피해의식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김성회 의원)라는 식의, 도무지 누구에게 답변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질문들이 넘쳐난다. 물론 정책의 연속성 때문에 지난 정권의 정책 결정 과정까지 따져묻는 경우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 태도는 이명박 현 정권의 실정을 감싸기 위한 지극히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정권 10년, 특히 후반부 5년 동안에 경제가 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좌편향 정책으로 경제가 내리막 길을 겪게 됐다”고 국감 방향을 미리 제시한 게 그 예다.

정권이 바뀐 지 8개월이 지났다. 지난 정권의 잘못이 있었다면 그 당시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따지고 실책을 추궁해야 했다. 한나라당은 그때 뭘 했기에, 이제 와서 이명박 정부의 관료들을 앞에 세워놓고 지난 정권의 잘못만 들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전략이 현 정권의 실정을 덮어주는 데는 좋을지 모르나, 지켜보는 국민으로선 한심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지금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책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제가 추락하고 서민 생활이 극한으로 내몰리는데, 정부 정책 가운데 뭐가 잘못된 건지 국회가 나서서 세밀하게 따져 달란 것이다. 국정감사의 대상은 지난 정권이 아니라 지금 정권이다. 이미 선거를 통해 심판이 끝난 전임 정권에 계속 책임을 돌릴 생각이라면, 정권을 왜 잡았는지 한나라당에 묻고 싶은 게 국민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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