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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개혁 뜻 살리는 수정안이어야 |
검찰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에 대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사개추위 실무팀이 초안을 보완한 수정안을 만들었다. 초안대로라면 검찰 쪽의 유죄 입증이 지나치게 어려워질 것이라는 염려를 반영한 것이다. 수정안은 개혁 취지가 크게 퇴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는 사개추위 논의 과정에서도 이견이 있던 것들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초 완전 폐지하기로 했던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신문 시기를 재판 시작 때가 아니라 증거조사 절차 뒤로 바꾸기로 했다. 더 큰 논란이 불가피한 큰 유죄협상제도(플리바기닝)를 도입하는 것과 견주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피고인 신문 절차를 유지하더라도 검찰이 피고인을 죄인 취급하며 몰아붙이던 신문 관행에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할 경우,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을 검사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과 사법경찰관까지 넓히기로 한 것은 그다지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검찰 쪽 요구를 지나치게 반영한 듯한 모양새다. 녹음·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는 좀더 검토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공판중심주의로 가는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다.
이번 법 개정은 수십년을 이어온 형사재판의 큰 틀을 바꾸는 일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미리 철저히 따져, 뒤탈이 없도록 해두는 게 좋다. 검찰 쪽에서 보면 실무팀의 수정안도 여전히 불만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제도개혁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재판 절차를 바꾸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관행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검찰은 ‘수사권의 축소’를 우려하기보다는 자백에 의존하던 수사 관행을 과학적인 수사기법으로 보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사개추위가 수정안을 내놓은 것을 집단행동의 성과물이라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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