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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을 |
대한적십자사가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원폭피해자 복지기금’이 바닥나 내내년께면 사업 자체가 중단될 처지라고 한다. 이 기금은 1990년 노태우 정부 당시 한-일 정상회담 합의를 거쳐 일본이 내놓은 40억엔(당시 환율로 248억원)을 종잣돈으로 해 설립된 것이다. 정부도 일본과 같은 액수의 돈을 내기로 했으나 해마다 2억원 정도 찔끔찔끔 내놓다가 2000년대 들어서 10억~30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 기금에서 지원받는 원폭 피해자가 2300여 명에 불과한데다 지원금액도 진료비 본인 부담금과 월 10만원의 진료 보조비, 사망 장제비 지원금 15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광복 60돌이 되는 올해까지 원폭 피해자들은 말 그대로 ‘방치’라고 할 만큼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자폭탄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은 암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2~3세까지 유전돼 희귀 난치병을 앓는 등 겹겹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적 눈총과 불이익이 무서워 피폭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으며, 2세들까지 포함하면 구체적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도 최근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이 불거지자 1965년 한-일 협정 때 배상 대상에서 빠진 원폭 피해자와 군대 위안부 문제 등을 일본 정부에 제기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폭 피해자에게는 우선 당장의 ‘의료원호’가 절실하다. 이는 일본과의 외교적인 문제에 앞서 시급한 인권문제로 다뤄야 한다.
근본대책으로 특별법 제정을 유력한 방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도 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에서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서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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