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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7 20:04 수정 : 2008.10.07 20:04

사설

한국 경제가 급속히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심각한 달러 부족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제 60원 가까이 폭등하며 1300원 선을 넘어섰다. 이제 위기냐 아니냐를 따질 시기는 지났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다. 이번 위기가 비록 세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정부 대응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은 달리 나타난다. 세계 금융위기에도 일본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가 하면, 아이슬란드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구체적인 위기 대책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이 정부 신뢰다. 이명박 정부, 특히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시장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무슨 말을 해도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시장이 발언 의도를 거꾸로 해석해 충격이 더 커지기도 한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이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위기대응(컨틴전시) 계획을 가동해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한다고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잃어버린 10년’ 타령을 하면서 철 지난 ‘좌파 척결’이나 외치고, 대통령은 “정부 당국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강만수 경제팀의 등이나 다독거려주고 있는데 누가 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효과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꾸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지금 체제로는 긴박하게 전개되는 위기를 대처하기에 미흡하다. 금융 정책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갈려 있고,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위상도 어정쩡하다. 위기상황에서는 각종 현장 정보를 한곳에 집중하고, 그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비상대책기구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이 모든 것들도 결국 심각한 외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금융회사나 기업의 외화자금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일이 터진 뒤 수습하려다간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린다. 필요하면 어느 시점에는 보유 외환을 금융회사나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제 공조를 통한 달러 확보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아시아공동기금’ 조성도 그 취지는 옳지만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는 시급하고 실효성 있는 달러 확보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외화 신규 차입, 국외 외화 자산 매각 같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정부에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정부가 아무리 옳은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믿고 따라주지 않으면 헛일이다. 시장참가자들은 다들 ‘나만 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은행이나 기업 등 각 경제주체들은 시장 변동에 최대한 신중히 반응하고,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인식을 공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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