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8 20:58
수정 : 2008.10.08 20:58
사설
안전자산인 달러 확보 경쟁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근래의 현상은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시장 기류는 정상화돼야 한다.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 모두의 몫이다.
전세계적 금융경색 외에 환율 폭등의 국내 원인은 경상수지 적자, 투기자본의 개입, 외환위기 트라우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황에 가까운 심리적 불안감인 듯하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두려움 때문에 기업과 금융권이 달러를 내놓지 않아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달러값이 연일 치솟는 것이다. 미련한 둔감이 외환위기를 불렀다면, 공황적 민감이 시장을 마비시키는 꼴이다.
2천억달러가 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나라에서 모두가 가능성이 희박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심리적 공황에 빠지지 않고 냉철히 판단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당국은 섣부른 대책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시장에 신속히 제공하고, 시장과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장과 유리된 의례적이고 일방통행적인 대응은 소용없으며 되레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자기실현적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을 책임은 당국에 있다.
외환에 대한 일부 가수요와 투기적 요소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만큼 정부는 이를 철저히 감시 감독해야 한다. 국제수지 개선 여부가 심리 안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정부는 수출입 추이 등을 수시로 시장에 알리고, 수출 독려와 수입 자제로 흑자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 확대, 금리 인하 등 강력한 안정책을 내놓았음에도 금융불안이 심화하는 것은 개별 국가 단위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번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의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례회의에서 어떤 형태로든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한국 정부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과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는 환율과 물가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신중해야 한다. 다만, 원화자금이 경색되지 않도록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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