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8 20:59
수정 : 2008.10.08 20:59
사설
임명 때부터 위장전입 문제로 구설에 오른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때문에 그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가 파행을 겪었다. 경작 농민만 신청할 수 있는 쌀소득 보전 직불금 문제가 발단이 됐다. 국정운영의 잘잘못을 따져야 할 국감장에서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사실 자체가 안타깝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차관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비친 것도 영 보기에 좋지 않다. 이에 대해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개인의 도덕적 비리로 공무원이 스캔들에 휩싸이는 것까지 의원들이 막아줄 필요는 없다”고 했으니, 앞으로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봉화 차관 자신에게 있다. 정책을 검증하는 자리에 개인 비리가 올라올 만큼 처신에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이 차관 스스로 지는 게 옳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안은,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로 옷을 벗은 다른 고위 공직자들과 비교하더라도 윤리적 측면에서 훨씬 문제가 많다. 이 차관이 과거에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위장전입을 통해 농지를 구입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올해 초 서초구청에 쌀소득 보전 직불금을 신청해서 타내려 했다는 사실은 불법 여부를 떠나서 용납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다. 쌀소득 보전 직불금이란 쌀값이 폭락해 손해를 입은 농민에게 정부가 일정 부분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서울 강남에 사는 현직 차관이 받으려 했다니, 세금을 낸 일반 국민으로선 분노가 치밀어오를 만하다.
100만원 안팎의 쌀 직불금이 탐나서라기보다는, 땅을 직접 경작한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이 차관이 신청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서초구청에 직불금 신청을 낸 건 1월28일이고, 부속서류인 자경확인서를 낸 건 차관 임명 전날인 2월28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농민 돈을 타먹을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걸 증명하는 서류인 ‘자경확인서’마저 날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고위 공직자를 그냥 놔두고 국민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나누자고 호소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이 차관을 해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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