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09 20:29
수정 : 2008.10.09 20:29
사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5%로 0.25%포인트 내렸다. 물가상승 압력을 우려했던 그동안의 기조가 경기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금리 인하로 모처럼 주가가 반등하는 등 일단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경기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 금리 인하에 보조를 맞추고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시장 불안심리를 덜고 경기 하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금리정책은 결국 물가와 경기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 하는 것이다. 물가는 지난달 약간 떨어졌지만 한은의 목표치 상단인 3.5%를 웃도는 5%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이는 민생 안정과 경제체질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앞으로도 우려된다는 게 그동안 한은의 시각이었는데, 기반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유가 하락 등을 점쳤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시기적으로 금리 인하 카드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내년도 세계경기 침체가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한은도 강조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 경기가 더욱 빠르게 하강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금리 인하 카드는 좀더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에서 달러 유출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 한은은 주요국들이 공조해서 기준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금리차에 따른 자본이동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독 우리만 외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외화 유출 가능성이 있는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이성태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앞으로 몇 분기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6년 만에 3%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금리 인하로 말미암은 물가 불안 움직임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 저성장-고물가의 조합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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