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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09 20:30 수정 : 2008.10.09 20:30

사설

아이들 상장에 꼭 들어가는 말이 있다. ‘타의 모범이 되며’와 ‘품행이 방정하고’라는 구절이다.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겐 더욱더 요구되는 덕목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있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본받아야 할 모범이다. 이런 선생님들 가운데 선생님, 가장 큰 어른이 교육감이다. 교육감은 학생과 선생님의 사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초·중·고생과 선생님들은 참으로 불행하다. 그들의 사표여야 할 교육감이 모범은커녕 본받아서는 안 될 상징적 존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의 본을 따른다면, 부하 직원에게서 상납받는 걸 부끄러워해선 안 되고, 관리 감독 대상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데 익숙해야 하며, 그 대가로 이들의 편의를 봐주는 걸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잘못이 들통나면 그때마다 이를 모면할 수 있는 거짓말에 능숙해야 한다. 치명적인 비리가 확인돼도 자리에 뭉개고 앉아 있을 만큼 철면피여야 한다. 이런 사람을 스승의 스승으로 두고 있으니 학생들은 눈을 감고 귀를 씻어내야 할 판이다.

공정택 교육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파면 팔수록 비위가 고구마 줄기처럼 나온다. 7억여원으로 알려졌던 사설 학원이나 사학 재단의 돈이 16억여원으로 늘었다. 현직 학교장 등으로부터 받은 격려금은 4000여만원에 이른다. 은평뉴타운에 들어설 자립형 사립고 설립 허가를 받은 한 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학원장이나 사학 이사장에게서 빌린 돈에는 이자를 주지 않기로 약정까지 했다. 그러고도 추궁이 들어오자, 이자까지 쳐서 갚았다느니, 이자는 없이 모두 갚았다느니 거짓말을 했다.

사실 그는 도덕성이나 윤리 의식의 면에서 ‘리틀 이명박’이란 별명에 어울리는 평가를 받아온 터였다. 협의조차 없었는데도 시·도교육감들이 특정 근현대사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촛불집회의 배후에 전교조가 있다고 괴담을 퍼뜨리고, 재개발지구에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시교육청의 공문에 대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발뺌하고 ….

당장 상장에 쓸 말이 없다. 아이들 교육을 걱정한다면, 바로 물러나야 한다. 뇌물죄 여부를 떠나 교육자로서 양심에 관한 문제다. 자진 사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타의 모범이 될 행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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