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12 23:08
수정 : 2008.10.12 23:08
사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한 미국의 결정으로 한반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우선 파국 위기에 이르렀던 핵협상을 되살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재개될 수 있게 됐다. 그제 미국의 발표 후 북한이 즉각 핵불능화 복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북·미 양국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곧 6자 회담이 열려 지난해 10·3 합의에 따른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60년 가까이 적대해 온 북-미 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3 합의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핵협상의 마무리 단계로 상정해 놓았다. 아직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지만, 이번 결정으로 두 나라는 그 가능성을 재확인한 셈이다.
물론 이번 합의에는 미진한 점이 없지 않다. 북한 동의가 필요한 미신고 핵시설 검증과 핵물질 관련 시료의 외부 반출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으로 북-미 사이 신뢰의 문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우리의 핵억제력을 산생시킨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송두리째 철회하는 것”이라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보듯이 북한은 미국의 체제전복 위협을 핵개발 이유로 내세워 왔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끊임없이 국제사회를 속이려 한다고 의심해 왔다. 두 나라가 끈질긴 양자회담을 통해 합의에 이름으로써 이런 불신의 장벽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 가며 미국의 새 정부가, 8년을 허비한 부시 정부와 달리 북한을 견인해낼 수 있다면 한반도의 비핵화가 훨씬 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북-미 관계 개선에 발맞춰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을 뒤집고 북한을 자극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왔다. 그런 정부가 북한에 대해 남쪽의 진정성을 믿고 대화에 나오라고 한다고 북이 선뜻 나올 리 없다. 남쪽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무엇보다 먼저 6·15 선언과 10·4 선언 등 기존의 남북 합의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북한 또한 성실한 약속 이행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남북관계에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유로 통미봉남을 도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외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남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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