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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2 23:10 수정 : 2008.10.12 23:10

사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라는 제목의 대통령 국정연설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한국방송> 등 여러 방송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첫번째 라디오 연설을 특별편성 형식으로 오늘 오전 7시대에 내보내기로 했다. 일선 피디 등의 반발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의 방침은 앞으로 최소한 격주나 매달 한 번씩은 라디오 연설을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는 차원에서 라디오 연설을 하겠다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경제위기 등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는 대통령이 국민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일이 필요하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도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공황 극복을 위해 매주 라디오를 통해 ‘노변정담’을 한 이래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전통이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결정 과정이나 추진 방식 등에서 문제가 많다. 먼저, 너무 일방적이고 독단적이다. 청와대는 방송사와는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채 혼자 결정해 통보했다. “방송 여부는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지만, 방송사 사장 교체와 개별 프로그램 수사 등 방송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방송사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는 방송 시간까지 ‘월요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로 못박았다. 라디오의 황금시간대에 아침 뉴스를 자르고 대통령 연설을 방송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명백한 편성권 침해다. 물론 특별한 정보가 담겼다면 당연히 방송사 스스로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 취지를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국정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월요일 출근시간대를 강요할 일이 아니다. 미국은 휴일인 토요일 오전 10시에 대통령 연설을 내보낸다. 부담 없이 들을 사람만 들으면 된다. 게다가 지금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한 방향인 연설은 귀중한 전파만 낭비하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만 방송 전파를 독점한다는 점이다. 반론권 차원에서 야당에도 동일한 시간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1시간 차로 같은 분량의 야당 지도자의 연설을 내보내는 미국의 예를 굳이 들 필요도 없다. “야당의 연설은 방송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청와대가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비민주적일뿐더러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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