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13 20:44
수정 : 2008.10.13 20:44
사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한나라당의 부설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여당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김씨 영입설은 지난 7월에도 거론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주요 당직자들은 하나같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배려 등 여권 화합 차원에서 김씨를 영입하는 게 옳다” “김씨에게 개인 비리는 없지 않으냐”고 말한다고 한다. 미뤄 짐작건대 김씨를 받아들인다는 방침이 이미 선 것 같다.
정당이 특정인을 영입할지의 여부는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공당이라면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도 자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있다. 불법·비리 전력이 있는 사람을 공직 후보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지난 총선 때의 기준이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김씨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돼 당시 한나라당 공천 신청 자체가 거부됐다. 그런데 겨우 7개월 뒤 이번에는 똑같은 사람을 당 요직 중의 하나에 앉히려고 하고 있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얕잡아 보거나 아니면 한나라당 고위인사들이 심한 건망증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김씨에게 개인 비리는 없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 김영삼 정권 때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했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김씨가 기업인들에게 받아 차명 등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불법적인 돈만 해도 66억여원에 이르렀다. 그 사건은 국민에게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로 기억돼 있다. 김씨는 2003년에도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한테서 20억원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영입 운운하니 한나라당의 비리 척결 의지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울산시 울주군수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 출신 선출직이 비리를 저질러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지난해 강재섭 당시 대표의 대국민 약속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 소속 군수가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5억여원을 받는 등 비리를 저질러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여당이 된 뒤 벌써 한나라당 인사 여러 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더 단호하게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원칙과 약속마저 저버리고 있으니 한나라당의 앞날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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