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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3 20:45 수정 : 2008.10.13 20:45

사설

지난 몇 해 동안 십수 명의 노동자가 심장질환 등으로 갑자기 숨졌는데도, 한국타이어가 노동자들의 돌연사와 작업환경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 역학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조사를 진행하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연구원이 언론을 통해 ‘돌연사 추가 조사’라는 내용으로 압박하려는 것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조처를 강구하겠다”는 엄포성 공문까지 보냈다고 한다.

물론 노동자들의 죽음에 회사 쪽이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숨진 노동자 가족들의 억울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저렇듯 막무가내로 진상규명 노력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노동자들의 잇따른 돌연사와 작업환경과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월 1차 역학조사에서,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이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작업장의 어떤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진 못했고, 이번 추가 조사를 통해 이 부분을 밝혀내려는 것이다.

숨진 이들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리기 위해서도, 또 같은 작업장에서 계속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추가 역학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이 1960~70년대도 아니고, 노동자의 생명과 인권을 이렇게 무시하는 대기업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회사 쪽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고만 말하며 몇 달째 그냥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을 더 어리둥절하게 하는 건 바로 그 기업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란 점이다.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다. 사위 조현범씨가 이 회사 부사장으로 있다. 얼마 전엔 이 대통령의 외아들 이시형씨가 인턴사원으로 취직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노동자들을 위험한 작업환경에 방치했고, 이젠 정부기관의 역학조사까지 거부하는 한국타이어 행태를 청와대가 눈감아줬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사위가 부사장이고 대통령 아들이 취직한 회사’가 저렇게 버티는 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꼭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타이어는 추가 역학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의 이익이 노동자들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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