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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4 21:45 수정 : 2008.10.14 21:45

사설

경찰의 ‘유모차 부대’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내용을 보면, 우리 국회의원 수준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언행은, 그들이 국정감사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회의를 품게 만든다.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따져야 하는 자리가 졸지에 촛불시위 참여 시민을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폭력시위가 벌어져서 위험한데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나갈 생각을 했느냐?”(이범래 의원· 서울 구로갑)는 질문은 그래도 들어줄 만 하다.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유모차 시위에 참여했던 정혜원씨의 대답을 가로막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도 아니고 참고인으로 국감장에 나온 시민을 피의자 몰아붙이듯 하는 걸 보면, 장 의원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을 하는 게 더 적성에 맞을 것 같다. 요즘은 검찰·경찰에서도 피의자를 그렇게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더 볼썽사나운 것은 “중국산 멜라민 파동 때는 왜 유모차를 끌고 나오지 않았느냐”는, ‘뉴라이트’ 핵심인 신지호 의원(서울 도봉갑)의 추궁이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수입을 추진한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멜라민 문제와 같이 볼 수 없다는 정혜원씨 답변이 신 의원 질문보다 훨씬 논리적이다.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는 뉴라이트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는 깜짝 놀라 ‘민심’을 입에 올리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제 와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을 국회로 불러내 쥐잡듯 다그치는 걸 보니, ‘표변’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같다. 하긴 국민 앞에 두 번이나 고개를 숙였던 대통령이 ‘좌익’ 운운하며 촛불에 맹공을 퍼붓는 판에,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태도를 돌변했다고 굳이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양식과 품위, 국민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

국정감사는 말 그래도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지, 참고인으로 나온 일반 시민을 상대로 정치공세를 펴고 국회의원 위세를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설령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더라도, 적어도 국정감사에선 그 취지에 걸맞게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다뤄야 한다. 시민에 삿대질을 하는 의원들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와 입법활동을 기대하긴 어렵다. 품위를 잃은 국회의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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