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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4 21:48 수정 : 2008.10.14 21:48

사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찍이 고삐 풀린 월스트리트의 재앙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의 예언이 적중한 이 시점에 ‘진보주의의 양심’으로 일컬어지는 크루그먼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의미가 깊다.

세계는 이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꿰뚫고 대안을 제시해 온 그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크루그먼이 제기한 미국의 문제는 세계화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기에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 없이 수용한 한국은 바로 자신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크루그먼은 선진국 가운데 유독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데 주목하고 그 원인을 정치적 변화에서 찾았다. 1970년대 이후 보수주의자들이 부상하면서 평등을 장려하는 제도가 공격받고 중산층 중심의 미국 사회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수주의는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 집단에 해가 되는 정책을 뒤집는 반민주주의적 목표를 추구하며, 보수주의 운동의 핵심은 불평등을 억제하는 경제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보수주의 운동을 이끄는 힘은 다름 아닌 돈이라고 갈파했다.

따라서 그는 불평등·불균형의 완화에서 바람직한 미래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점이라는 시각을 버리고 사회 안전망과 의료보험 제도를 확충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크루그먼은 외환위기 전에 한국의 성장은 기술진보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 등 요소 투입량의 증가로 이뤄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그때처럼 그의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해 그는 신용시장이 회복된다 해도 극심한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 저축에서 초래된 불균형이 세계적 위기를 부른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 정권은 감세와 규제완화에 대한 석학의 고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강부자 정권’이 미국의 보수집단과 무엇이 다른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혼돈 속에서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크루그먼이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줄기 빛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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