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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7 21:04 수정 : 2008.10.18 02:46

사설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이 국회 국정감사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국정원과 경찰청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지방노동청 자체 판단으로 번거롭게 이런 일을 했을 리는 없다. 노동부 차원에서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공안기관 정보보고가 어느 범위에서 이뤄졌고, 누가 이런 지시를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우선, 노동부는 스스로를 어떤 기관으로 여기기에 국정원·경찰청의 하부 정보 수집책 노릇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일은 노동자 권익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사회안전 차원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보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그때 노동부는 아무 권한도 없는 말단 집행기관 정도로만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부 부처가 공안기관에 ‘보고’를 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노동부는 스스로를 국정원이나 경찰청의 손발 정도로 격하시키고 싶은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방식을 통해 국정원과 경찰청이 국회 활동까지 사찰하면서 정보수집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등이 국회 본청에 사무실까지 두고 국회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던 시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도대체 국정원이나 경찰이 국회 환경노동위 활동을 손금 보듯 소상히 파악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어느 나라든 자기 영역을 확대하려는 욕망을 갖는 게 정보기관의 기본 속성이다. 이걸 그냥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개인의 기본권이나 사회 각 분야의 자율권을 침해하게 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예방을 명목으로 정보수집 권한과 범위를 무한정 확장하며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 걸 봐도 그렇다. 정보·수사기관의 활동범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안기관들이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청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며 앞다퉈 시민·사회단체 수사를 벌이는 게 단적인 사례다. 부산지방노동청의 국정감사 보고 역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공안기관들을 고삐 풀린 말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 국회는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서, 보고를 지시하거나 요청한 사람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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