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19 22:22
수정 : 2008.10.19 22:22
사설
국정감사가 종반에 이르렀다. 국감 중반에 터진 직불금 부정 수령 파문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등으로 야당이 국감 거부를 검토하고 나서는 등 정국이 또다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두 건 모두 국정감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다. 예기치 못했던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다뤄 가느냐는 한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과 성숙도를 잴 수 있는 잣대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우리 정치권의 대응 능력은 매우 실망스럽다. 네탓 타령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문제는 정치 공방으로 날을 지샐 일이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집중하면 된다. 노동부가 국감 상황보고를 국정원과 경찰청에 보낸 ‘국정원 의혹’이 바로 그런 경우다. 국정원은 “안보 유해 요인을 적출하기 위한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은 북한 및 대외정보 수집이 본업인 정보기관이 도대체 왜 ‘통상적인’ 국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지에 대해서부터 의문을 품고 있다. 또, 국정원의 그런 정보수집 활동이 노동부에만 국한됐을까, 국감 때만 그럴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음습한 정보정치의 부활을 의도하는 게 아니라면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국정원장, 경찰청장 등을 감싸고 돌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직불금 파문도 마찬가지다. 행정부에서 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본 뒤에 나중에 국정조사를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이나 복잡성, 농민의 분노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뒷짐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직불금에 대한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노무현 정부의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감사원 자료가 정말 폐기됐는지, 그렇다면 누가 폐기를 주도했는지 등 쌓여 있는 의혹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2006년뿐 아니라 지난해 부당 수령자와 올해 부당 신청자 역시 조사해야 한다.
정부가 조사해서 발표하더라도 이전 정권의 책임론 등이 걸려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럴 바에는 국회의 국정조사권을 조기에 발동하는 게 아무래도 현명해 보인다. 실제로 정부 조사와 국정조사를 병행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부·여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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