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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9 22:23 수정 : 2008.10.19 22:23

사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과의 통합을 다시 무산시켰다. 벌써 세번째다. 이로써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정규직의 이기심은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툭하면 정리해고가 벌어질 수 있는 풍토에서 이들의 불안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분열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면 이들의 소아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 통합이 이뤄지면, 비정규직이 하던 거칠고 위험한 일을 나눠 하게 되고, 임금과 복지에서도 일정 수준 양보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정규직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문제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정규직이 잘려나갈 것 아닌가 하는 이들의 우려다. 사실 현대차 지부는 2000년, 회사 쪽의 구조조정 때 비정규직을 먼저 해고한다는 전제 아래, 일정 범위 안에서 사내하청을 허용했다고 한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방패막이로 삼기로 한 셈이다.

이런 묵계도 문제지만, 이것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오판은 더 큰 문제다. 기업이 사내하청을 하는 목적은 하나, 곧 정규직을 줄이려는 것이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조직력이 약해지면 경영위기 때 고임금 정규직부터 처리하는 건 자본의 자연스런 선택이다. 따라서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바다에 떠 있는 섬인 것이다. 섬의 약한 지반이 파도에 끊임없이 침식되는 것처럼 정규직 역시 부단히 침식당한다. 이미 비정규직의 팽창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의 조직력은 형편없이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정규직만으로는 어떤 협상이나 싸움에서도 이기기 어렵다. 파업을 하더라도 대체근로가 이뤄지면 파업은 무력화한다. 정규직이 살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과 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야말로 제2의 노조 민주화 운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는 정규·비정규직의 통합을 통한 1사 1노조 운동을 추진해 왔다. 완성차 지부에서 정규직·비정규직 통합이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조선업종으로 확대시켜, 160만 금속 노동자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을 계획이었다. 현대차 지부는 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게 하는 핵심 고리였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지부는 개인적 오판과 함께 역사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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