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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9 22:23 수정 : 2008.10.19 22:23

사설

“김정일이 (외부에서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나친 관심은 (김정일의) 버릇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라면 별 게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공개 발언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지난 17일(미국시각)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연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이 장관은 “한국과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란 기자 질문에 “김정일 건강에 과도한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건 최고 권력자의 신상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일인지배 체제인 북한의 경우엔 더 그렇다. 북쪽이 일부러 김 위원장 와병설을 퍼뜨렸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자극하려는 뜻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지 않아도 남북관계 경색이 심해진 때에 관계를 더 악화시켜 무엇을 얻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기자회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농담이었다”는 국방부 쪽 해명도 이상하다. 남북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책임감만 있어도 이런 말을 농담으로 꺼내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방장관으로서 남북관계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고 품격이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의 부절적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군사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이 구상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도 상황은 바뀐 게 없다. 그동안 국방부가 대외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데, 이 장관은 이를 정면으로 무시했다. 이 장관은 그 직전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의 사주를 받은 무장폭동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여야가 특별법까지 만든 사건에 대해 다시 냉전의 굴레를 씌운 것이다.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태도다.

이 장관의 연이은 부적절한 발언은 평소 자신의 생각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공인은 그 자리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고 언행을 조심할 수도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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