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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0 20:58 수정 : 2008.10.20 20:58

사설

서울시교육청이 2004년 맺은 단체협약 가운데 21개 조항의 해지를 교원노조에 요청했다. 대부분 학교 교육의 민주화를 진작하기 위해 교장의 권한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예컨대 방과후 학교를 특기 적성교육에 한정한다든가, 연구·시범학교 선정 때 동의를 받도록 한다든가, 학교인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든가 하는 조항이 그렇다.

그러면 시교육청은 교장의 제왕적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교원들과의 충돌을 무릅쓰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교장 인사권은 교육청에 있다. 제왕적 교장의 존재는 교육청이 학교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만 해도, 각 학교가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할 수만 있다면 정부가 지금처럼 온갖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된다. 제왕적 교장의 존재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단협 내용 중 교사의 자율성이 지나쳤다고 보일 만한 규정이 있을 수 있다. 학교나 교육당국은 흔히 출퇴근 기록부나 휴일근무를 폐지한 것 따위를 꼽으며 학부모들을 자극하려 했다. 그러나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교사라고 특별히 휴일근무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출퇴근부나 시간 체크기가 필요할 만큼 비양심적이지도 않다. 교장의 학습지도안 결재를 폐지한 것도 수업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을 허용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모든 수업에 대한 교장의 결재는 그 자체로 비현실적이거나 비교육적이다. 이것은 그저 눈밖에 벗어난 교사를 압박하거나, 상부의 정치적 지시를 수업에 반영하도록 압박할 때나 쓰일 뿐이다.

이런 문제를 떠나, 서울시교육청의 통첩은 불법 부당한 처사이자 협박에 해당한다. 시교육청은 노동관계 조정법을 원용하고 있으나, 이에 우선하는 단협의 단서조항이나 교원노조특별법은 새 단협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이전 단협이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서 조항은 정권과 교원노조의 빈번한 충돌로, 학교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시교육청은 조정을 위해 어떤 교원노조와도 협의다운 협의 한번 하지 않았다. 그저 부분 해지안을 통보하고, 거부시 단협의 전면 해지를 통첩했을 뿐이다. 정권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다고, 교육기관마저 이를 흉내 내선 안 된다. 아이들더러 무엇을 보고 배우라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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