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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1 20:49 수정 : 2008.10.21 20:49

사설

감사원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오죽했으면 내부 직원들까지 나서, 정부 코드에 맞춰 감사를 진행한 행태를 비판하면서 “권력에 줄댄 간부들의 쇄신”을 요구했을까. 가을의 찬서리마냥 위엄과 기개가 있어야 할 감사원이 어쩌나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엔 정권이 감사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탓이 크지만, 감사원 자신의 잘못도 작지 않다. 감사원법엔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직무에 관해선 독립의 지위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역대 감사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직무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정권에 잘보여 자리보전을 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감사원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인 한국방송(KBS) 특별감사는 그런 ‘코드 맞추기’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이런 사안들을 거론하며 감사원 직원들이 ‘영혼 없는 감사원’으로 자조한 걸 간부들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물론 정권 눈치를 보는 감사원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런 행태에 마침표를 찍으려면 대통령 직속인 지금의 법적 지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미국처럼 회계감사원(GAO)을 국회 산하에 두거나 싱가포르처럼 행정부·의회와 독립된 별도 기구를 두는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감사’ 논란이 불거지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감사원장의 몫이 중요하다. 아무리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지만, 감사원장 스스로 정치적 외풍과 맞설 의지가 강하면 어느 정도는 독립을 지킬 수 있다. 과거엔 국민의 박수를 받는 감사원장이 없지는 않았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직접 나서, 감사원이 변하고 있다는 걸, 권력에서 자유롭다는 걸 국민에 보여줘야 한다. 내부 직원들이 요구했듯이, 권력의 입맛에 맞춰 감사를 진행한 간부들을 도려내야 한다. 특히 현정부 들어 맞춤 감사를 벌인 사람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감사원은 죽은 권력엔 강하고 산 권력엔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공직이 그렇지만 특히 감사원장이란 자리는, 얼마나 오래 하느냐보다 물러난 뒤의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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