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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더라도 ‘공교육 정상화’뿐이다 |
내신등급제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촛불집회를 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 지도하라는 권고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억지로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교생이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의 사회적 발언을 막으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일시적인 충동으로 집단행동을 하려는 건 아닌지 학생들이 되돌아보기를 기대한다.
같은 반 친구를 경쟁자로 봐야 하는 상황에서 중학교 때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고1 학생들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땅에서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입시지옥의 끔찍함을 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대학들이 될수록 빨리 전형계획 틀을 발표해야 한다. 일선 고교에서도 시험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혼란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라는 장기적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내신 위주의 새 대입제도가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방향만큼은 분명 옳다. 문제는 사교육 시장이 주도해온 대학입시 준비를 공교육 틀 안으로 흡수한다는 의도만큼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교육에 대한 투자와 교원 확충 및 자질 개선 등을 게을리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생들의 불만 가운데서도 귀담아 들을 부분이 있다. 특히 상대 평가의 비인간성에 대한 비판이 그렇다. 동료를 밟고 앞으로 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구조는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절대 평가로 돌아가고 일선 교사에게 학생 평가 권한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다만 절대평가에 대해 성적 부풀리기로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 등이 제기된 탓에 상대 평가가 도입됐다는 점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일부에서는 수능시험을 3년 동안 12번 치르는 꼴이 되면서 공교육 정상화는 고사하고 학교가 전쟁터가 됐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수능시험 한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구조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이전보다 진지해지고, 독서와 토론수업이 활성화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책임한 비판은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다. 새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모두 힘을 보태야 하지만, 공교육 정상화라는 근본 방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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