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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린이 ‘해방’ |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3년 5월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어른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선생은 행사 당일 서울 곳곳에 뿌려진 이 글에서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십시오”라고 썼다. 최초의 국제어린이권리선언인 ‘아동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 채택 1년 전에 나온 이 글은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되, 보드랍게 해주십시오”라는 간곡한 당부도 곁들였다. 어린이는 우러름과 존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보살핌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선진적인 어린이철학이 잘 묻어난다.
8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 어린이는 괴롭다. 우러름과 존중의 대상도 아니고, 따뜻한 보살핌의 상대도 아니다. 1957년 ‘어린이헌장’이 선포되고 75년에는 어린이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는 등 어린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배려가 확대돼 왔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어린이는 어른들의 가치관과 욕심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어른들의 가치관은 ‘자녀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어린이에게 고스란히 전승된다. 가정폭력방지법과 청소년보호법의 시행, 아동학대방지법 제정에 대한 거센 사회적 요구는 우리 어린이들이 아직도 어른들의 폭력과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이것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우리 사회의 뒤틀린 지배적 가치 때문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이렇게 곱씹어본다. “어른들이 탐욕과 이기심을 벗어던질 때만 참다운 어린이 ‘해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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