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2 21:13
수정 : 2008.10.22 21:13
사설
미군이 용산기지와 의정부·동두천 일대 2사단의 평택 이전 완료 시점을 2~3년 늦춰 줄 것을 최근 우리 쪽에 요청했다고 한다. 애초 2011~2012년으로 설정됐다가 지난해 7월 각각 14년과 16년으로 합의된 용산기지와 2사단의 이전을 다시 16년과 19년으로 늦추자는 얘기다. 이전 연기는 비용 급증과 지역 주민의 불이익 등 많은 문제를 불러온다. 쉽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전 연기 요청의 주된 이유로 예산 확보 어려움을 꼽는다. 원래 평택지역 터 매입비와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우리가 대고 2사단 이전은 미국이 책임지도록 돼 있다. 미국 부담 몫은 7조원 이상인데, 최근 미국은 17년과 18년에 각각 3억달러씩만 쓰겠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가 매년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하겠다고 한다. 곧, 미국은 분담금 전용 공식화를 압박하고자 기지이전 연기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가 1991년부터 해마다 미국에 현금으로 제공해 온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이다. 올해 7415억원을 비롯해 지금까지 8조원 이상 지출됐다. 용도는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력 증강사업비, 군수사업비 등 네 항목으로 정해져 있다. 분담금의 기지이전비 전용을 두고 불법성 논란이 이는 까닭이다. 분담금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미군 주둔국과 달리 현물이 아닌 뭉칫돈으로 분담금을 주면서도 세부항목 심사권과 결산 감사권조차 없다.
미국은 이미 분담금 가운데 1조원 가량을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뒀다고 한다. 불법성 논란과 상관없이 적립을 계속해 필요한 곳에 전용해 쓰겠다는 태도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 하기는커녕 끌려가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분담금 전용은 이미 두 나라 정부가 양해한 것’이라고 한 이상희 국방장관의 발언이 그런 보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조원의 세금이 편법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양해할 국민은 없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미군기지 이전 시설종합계획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용을 비슷하게 분담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요청대로라면 대부분을 우리가 내게 된다. 끌려가는 협상으로는 미군기지 이전 연기 및 부담 증가와 방위비 분담금 전용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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