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4 20:03
수정 : 2008.10.24 20:03
사설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매년 되풀이되는 지적이지만, 올해 국정감사도 쌀 직불금 문제 등 몇몇 사안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미흡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감사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불과 20일 동안 무려 478개 정부기관의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비판·감시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정부 역시 모든 부처 공무원들이 동시에 국감 준비에 매달리는 데서 오는 문제점이 만만찮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국정 실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입법활동과 예산 수립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행정부의 부정·비리를 적발해 책임을 묻거나 제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모든 정책결정이 장막에 가려져 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국감이 두 번째 사항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많은 성과를 거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이 과거에 비해 훨씬 투명해지고 특히 행정 전문성이 높아진 지금엔,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국감 제도론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이젠 국회 스스로 국정감사 시스템을 재검토해 새로운 제도를 모색해야 할 때다.
제도 개선은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독재정권 시절에 국정감사가 시선을 끌었던 건, 역설적으로 국회 기능이 매우 취약했던 때문이다. 1년에 20일 정도만 반짝 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1년 내내 국회가 정부기관 업무를 들여다보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상임위별로 감사를 벌일 수 있는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의 국정감사 제도를 상임위별로 따로 수행하는 ‘상설 국감’ 체제가 되든, 미국처럼 상임위 청문회 제도를 활성화하는 형식이 되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떤 방향이든, 국회가 쉼 없이 상임위를 열어 국정을 감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행정부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모든 기관이 한꺼번에 국정감사를 받다 보니,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주요 공직자가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도 그대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에도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던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 국감제도의 개혁에는 이런 국감 불출석 풍조를 바로잡는 방안도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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