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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4 20:04 수정 : 2008.10.24 20:04

사설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 환경올림픽으로 꼽히는 람사르총회는 지구적 차원의 습지 보전과 생태적 이용을 위한 공동 정책을 개발한다. 올해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라는 주제 아래 160여 나라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 시민단체 대표가 참석한다. 비록 국토는 좁지만 드넓은 천혜의 습지를 가진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 바란다.

람사르협약에서 습지란 강·호수·해안·갯벌·운하·저수지·논·염전·양어장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지역을 모두 포함한다. 이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서, 비옥한 목초지보다 갑절 이상의 유기물을 생산하여 인간에게 중요한 식량자원을 제공한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정화 기능은 물론,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조절 기능도 한다. 홍수를 억제하고 가뭄을 해소하며 해일로부터 보호하는 구실도 한다.

이처럼 숱한 기능을 하는데도 전세계 습지는 마구잡이 개발과 오염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서해안 습지는 이제 자연 해안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1971년에 맺은 람사르협약에 우리나라가 1997년 101번째 나라로 뒤늦게 가입한 것은 우리의 저급한 환경 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게다가 습지 파괴는 과거의 현상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국토해양부 등은 올해 들어 20건 이상의 신규 공유수면 매립계획을 승인해 1200헥타르의 습지가 사라지도록 했다. 환경부는 새만금 매립에 이어 토지의 반환경적인 용도변경을 앞장서 지원했다. 경상남도는 조선소 터를 확충한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남해안 갯벌을 매립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들 세 기관이 이번 총회를 주관한다.

자가당착이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총회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게 아니라 국제적 망신만 사는 결과를 낳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정부와 지자체의 습지 파괴 막개발 정책에 반발해, 오늘부터 열리는 ‘세계 습지 비정부기구대회’ 개최 장소를 창원에서 창녕과 순천만으로 바꿨다. 아무리 호도하려 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람사르총회를 홍보가 아닌, 맹성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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