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7 20:12
수정 : 2008.10.27 20:12
사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외국인학교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뼈대는 이미 지난 4월 서비스수지 개선대책 차원에서 정부가 발표한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 학교법인도 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국인학교에 군침을 삼켜 온 사학들이 요청했던 것들이니, 부유층을 겨냥한 학교시장이 하나 더 늘고, 대신 공교육의 뿌리는 더욱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정부가 외국인학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두 가지 목적에서였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하나고, 국외로 빠져나가는 조기유학생을 붙잡아 달러 유출을 줄이자는 게 둘째였다. 전자의 경우 김대중 정부 때 각종 혜택까지 부여하며 설립자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패했고, 설사 외국인학교를 유치해도 투자자 유치와는 무관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포기했다.
후자의 경우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하긴 했지만, 과연 조기유학 수요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외국인학교 입학 요건을 완화하고 졸업생에게 학력을 인정하면,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한 초등생의 조기유학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이런 이전 정권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하나만 보고 막무가내로 추진하려 한다. 이들은 한 술 더 떠 외국인학교도 학교 다양화 정책의 하나라고 강변한다.
이 정책의 문제는 달러 유출도 막지 못하면서, 국내 교육체계의 기둥뿌리만 흔들 게 자명하다는 데 있다. 사학이 운영하는 외국인학교는 또다른 국제중, 외국어고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교과 과정을 이른바 국내의 상위권 대학 진학이나 외국의 유명 대학 진학을 목표로 편성해야 학생들을 모으기 쉽기 때문이다. 학비는 2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상류층의 자식들이나 다닐 수 있다. 귀족학교가 하나 더 출현하는 셈이다. 빈부 분리교육도 강화되고 교육 기회의 양극화 또한 심화된다.
게다가 규정안은, 이런 학교를 재정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력이나 교육기회가 취약한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교육예산은 줄어든다. 국제중, 자율형 사립고에 이어 외국인학교까지, 이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하나같이 부유층 위주다. 중산층 서민 가정의 유일한 희망인 교육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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