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8 21:16
수정 : 2008.10.28 21:16
사설
“올해 좋지 않았던 남북관계가 전단지 살포로 더욱 경색돼 바이어들의 주문이 취소되고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있으며, 바이어 및 기업투자자의 출입이 제한되고 남쪽 주재원들이 추방되는 등 개성공단을 위기로 몰고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체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의회가 지난 25일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보낸 호소문의 일부다. 기업협의회는 지난 10일에도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의 말대로, 계속되는 전단 살포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개성공단의 위기를 불러 수만 명의 남북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납북자가족모임과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은 이들 기업의 간절한 호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단 10만여 장을 담은 대형 풍선 10개를 그제 동해와 서해에서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 북한 노동당 창당일인 지난 10일에도 비슷한 분량의 전단이 북쪽으로 살포됐다. 전단에는 “독재자(김정일)가 병들어 쓰러져 있다. 김정일 선군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항쟁에 나서야 한다”는 등 체제 전복을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2004년 6월 장성급회담 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 지역의 방송·게시물·전단 등 선전물 살포를 중단했다. 상대를 비방·중상하지 않고 서로 체제를 존중하자는 합의도 여러 차례 했다. 따라서 민간단체라 하더라도 비방 전단을 휴전선 북쪽으로 살포하는 것은 남북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북쪽은 이달 들어 몇 차례나 공식적으로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상태다. 그제 열린 남북 군사실무책임자 접촉에서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표현을 썼다. 남쪽이 자신의 요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상황에서 북쪽이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해당 단체에 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 거의 전부다. 촛불집회장 주변 업체들의 영업피해를 과장해 집회 참가자들을 압박하고 유모차 어머니까지 집요하게 조사할 때와는 딴판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시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하면서,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한 집단행동은 방치하겠다는 건가. 정부가 남북관계 파탄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관련 단체들이 그에 앞서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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