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9 20:07
수정 : 2008.10.29 20:07
사설
엊그제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지정 동의안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했다. 시교육위가 동의안 처리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회기 중 재심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지 14일 만이다. 시교육위의 권위와 신뢰에 먹칠하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문제는 시교육위다. 시교육위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원중과 영훈중 등 두 학교가 준비도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보류를 결정한 바 있다. 교육청이 몇 가지 보완책을 제시하긴 했지만 보류 결정의 사유는 여전히 충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교육위가 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교육청의 무도한 도발 앞에, 견제 기능을 포기하고 신뢰성에 먹칠하는 결정을 시교육위가 스스로 하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시교육위가 시민을 생각한다면, 보류 결정을 뒤엎을 순 없다. 서울시민 셋에 둘이 반대하는 사회적 여건은 두 주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반대 여론이 더 많아졌다. 보완책 또한 오십보 백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2단계 전형에서 집단토론을 배제한다고 하지만, 개별면접에 대비한 사교육은 여전히 극성이다. 최근 시교육청의 특별단속에서 국제중 관련 학원 129곳 가운데 83곳이 부당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원들은 이미 개교 예상만으로 국제중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장학금 마련 방안 역시 구체성이 없다. 대원·영훈 두 학교 법인은 지금까지 법정 전입금마저 거의 내지 않았다. 한 학교는 매년 학부모한테서 수천만원씩 거두어 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믿을 수도 없을뿐더러 자격도 없는 재단이다.
더 큰 문제는 국제중 신설로 말미암은 초·중등 교육의 왜곡이다. 1990년 평준화를 보완하겠다며 도입한 특목고 제도, 특히 외국어고는 불과 10여년 만에 평준화 정책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지금은 29개교에서 매년 6천~7천여명이 졸업해, 법학·상경계열은 물론 공학·의학계열로까지 진학한다. 부유층 집안 아이들의 입시명문고로 자리를 확고히했다. 국제중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초등생까지 전근대적 입시경쟁의 굴레로 밀어넣고, 학부모에겐 사교육비의 멍에를 덧씌우며, 학교로 하여금 창의성과 인성 교육을 포기하도록 할 것인가. 시교육위는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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