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30 19:43
수정 : 2008.10.30 19:43
사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사실상 완전히 풀었다. 수도권 산업단지 안에 자유롭게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고, 서울시에도 첨단산업단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이는 국토 균형발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수도권을 마구잡이로 개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토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정책이다.
가장 걱정되는 게 지역 경제 몰락이다. 그러잖아도 지역에 있는 산업단지가 텅텅 비어가는 등 지역 경제는 빈사 상태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지역 경제는 회생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이번 정책으로 지역 공단에 투자하려던 기업들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려 할 게 뻔하다. 설사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이 있더라도 우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한 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고 수도권이 반드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은 교통이나 인력 수급 등의 편리함 때문에 수도권 공단에 기업들이 몰릴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교통 정체 심화, 인건비 상승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업종에 관계없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할 경우, 오·폐수로 인한 먹는 물 오염, 막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 등 수도권 주민의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일부 기업들이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겠다고 아우성치고 있긴 한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 부진은 수도권 규제보다는 세계 경기 침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이런 마당에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경우, 수도권에 땅을 확보할 수 있는 소수의 몇몇 기업만 공장을 늘리는 혜택을 보고 국가 전체로는 투자가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 이용은 먼 앞날을 보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한번 망가진 국토는 되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길게 보면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몰락시킬 가능성도 안고 있다. 국민은 5년 임기의 이명박 정부에 눈앞의 내수 부양을 위해 국토를 영원히 황폐화시킬 권한을 주지 않았다.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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