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31 19:58
수정 : 2008.10.31 19:58
사설
민주당이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해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거부하기로 하고 당내 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도 “당의 결정에 따라” 어제 오후 예정됐던 실질심사를 거부한 채 당사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최근 정국을 돌아보면 민주당이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 짐작된다. 새 정부 들어 몇 달째 계속되는 사정작업이 이전 정권과 야권 인사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현 정권의 편파적이고 정치보복적인 행태에 분노를 느꼈을 법하다. 더구나 수사 결과는 프라임그룹이나 강원랜드 사건에서 보듯 야권 인사의 연루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누가 보더라도 표적사정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판에 검찰이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을 구속하겠다고 하자, 이제는 앉아서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먼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정치투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김 최고위원이 지인들한테서 받은 돈 4억원이 검찰 주장대로 불법적인 정치자금인지, 아니면 본인 말대로 ‘키다리 아저씨’의 개인적 후원인지 등이야말로 법정에서 가려야 할 사안이다. 또 불구속 기소 여부 역시 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겨야 한다. 검찰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법 절차 자체를 원천적으로 무시한 채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다.
게다가 영장 실질심사는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합당한지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불러 직접 소명을 듣는 자리다. 사법 절차상 피의자를 구제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따라서 문제가 없고 떳떳하다면 실질심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김 최고위원 역시 당 결정을 핑계 삼아 법의 판단을 회피하지 말고 젊은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저께 재·보궐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심각한 정치적 위기다. 하지만 야당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투쟁은 야성을 회복하기는커녕 스스로만 고립시킬 뿐이다. 제1야당이 싸울 때와 장소를 구분조차 못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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