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31 19:59
수정 : 2008.10.31 19:59
사설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결국 국제중 설립 결정을 내렸다. 사회적 여건 미성숙 등의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린 지 보름 만인 어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태도를 바꿨다. 국제중 설립을 독려하는 이명박 정권과 공정택 교육감의 압박에 굴복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교육위원들은 스스로 교육을 포기하고 공 교육감의 들러리로 전락한 것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국제중 때문에 일어나는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공 교육감에게 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선 서울시민의 절대다수가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공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이란 이유로 국제중 설립을 밀어붙였다. 전체 유권자의 10%도 안 되는 지지를 얻어 당선된 처지에 유권자의 의사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국제중 반대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계에서 한정된 소수에게 특별교육을 허용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점이다. 또 외국어고나 과학고의 사례에서 익히 보았듯이 국제중 설립은 초등교육에 대한 심대한 왜곡과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 국제중 대비생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들을 겨냥한 사교육이 기승을 떨고 있음은 서울시 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더군다나 국제중 전환을 요청한 학교들은 그동안 재단 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등 자격에도 하자가 있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무리수를 두어 가며 설립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외 조기유학을 줄이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는 그르지 않다. 그러나 그런 목표는, 특별학교를 세워 극히 일부의 학생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공교육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효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4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개발원은 초·중등 교육 단계의 과도한 투자에서 비롯되는 이런 학업 저효율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혁신주도형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국제중이 실은 글로벌 인재의 싹을 잘라 버리는 역기능을 하기 십상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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