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2 22:17
수정 : 2008.11.02 22:17
사설
환경운동연합 전·현직 간부들의 부정 사실이 잇따라 적발됐다. 규모도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른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동대표와 사무총장이 사퇴했다지만, 근본적인 자기 혁신이 없이는 시민사회로부터 영영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 그리고 관료집단을 시민의 입장에서 견제하고 고발하는 손발을 잃게 되는 시민사회로서도 큰 손실이다.
물론 이 정부 출범 이후 눈엣가시 같은 시민단체들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고, 먼지털이식 수사가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대한민국 최대의 시민환경단체라는 환경운동연합이고, 그것도 세 명씩이나 적발됐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가짜 행사를 빌미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니 죄질도 나쁘다. 억울하지만, 다른 시민단체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힘들다. 정부의 행·재정적 압박과 전방위 수사에 더해 시민의 철저한 외면까지 우려된다. 시민운동 최대의 위기다.
사실 이런 부정과 비위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된 바 있다. 시민단체의 회계는 대부분 주먹구구식이다. 관리하는 계좌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모르는가 하면, 가짜가 대부분인 간이영수증으로 증빙을 하기도 한다. 수입에서도 동일한 사업을 제목만 바꿔 여러 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을 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조금이나 성금을 부정하게 타내, 부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이를 재촉한 것은 시민단체의 대형화와 시민들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이었다. 대형화에 따라 재정 수요가 커지고,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언론 노출에 주력했다. 이에 성공한 단체는 권력화되고,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의존도가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시민들로부터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권력화하고 관료화할수록 부정과 비위의 가능성은 커진다.
일부 단체는 오히려 시민의 참여 부족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최근 후원행사를 연 참여연대의 경우 기업후원금은 대폭 줄었지만, 수입은 예년과 비슷했다고 한다. 소액의 시민 성금이 더 많이 모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단체’를 얼마나 구현하느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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