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3 20:56
수정 : 2008.11.03 20:56
사설
“지금 이런 상태로 가면 5년 동안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 서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경협에 참여하거나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평양 시내에서 처음으로 남북 합영회사 평양대마방직 공장 준공식을 올린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회장의 말이다. 지금 평양에서 번듯한 공장은 거의 중국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대북 강경론에 매달린다. 지난달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직후 대북사업 재조정 검토 뜻을 밝힌 통일부는 이상하게도 이후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북쪽이 굽히고 들어오지 않는 한 먼저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6자 회담 틀에서 북쪽에 제공하기로 돼 있는 철강재 3천톤의 선적도 보류됐다.
정부가 이렇게 강경 태도를 고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이례적으로 직접 주재한 외교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남북관계 악화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고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여러 차례 대북 전면 대화를 제의한 것과는 다른 태도다. 이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북쪽 위협에 굴복한 잘못된 대응’으로 판단한다는 보도 또한 놀랍다. 당시 외교부의 환영 뜻 표명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게다가 이 대통령은 지금 대북정책의 효과에 대해 그릇된 확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직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연 만찬에서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고, 자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낙관론이다. 남북관계는 북쪽의 최근 전면차단 위협이 아니더라도 하나둘씩 시들어가는 중이다. 평양대마방직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이제까지 자주 방북했으나 이번이 가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한다.
이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대북 강경책을 밀고가고 싶다면 국민 앞에 분명한 계획을 밝혀 심판을 받고, 그렇지 않다면 늦기 전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길 바란다. 그것이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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