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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3 20:57 수정 : 2008.11.03 20:57

사설

정부가 내년에 재정지출을 11조원 늘리고 감세를 3조원 더 하는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어제 발표했다. 대책에는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규제와 소형주택 의무비율 규제를 풀고,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것도 포함됐다.

늘어나는 재원은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가장 많은 4조6천억원이 투입되고, 지방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농어업인 지원에 3조4천억원, 저소득층 복지 지원에 1조원이 들어간다. 사회기반시설 투자는 올해보다 무려 26.7% 늘어나는 것이다. 요컨대 건설경기에 불을 붙이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확대함으로써 경기 하강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투자로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내년 성장률이 4%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는 세계적인 위기여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도 재정지출 확대를 앞세운 경기부양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굳이 감세를 하겠다니 추가 재원은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경기부양을 위해 꼭 필요하거나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산업과 취약계층 지원에 요긴하게 써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토건국가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대폭 수정돼야 한다. 건설에 재원을 집중하면 반짝경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연쇄도산할 경우 금융권이 부실화하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집이 남아도는 지방에도 값비싼 대형 아파트를 앞다투어 짓고 금융권은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줬다. 그 과정에서 부풀어진 거품을 빼고 일정 부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곳에 돈을 퍼붓고 규제를 풀어서는 경제위기 극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벌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 목록을 챙기는 등 나눠 먹기 조짐이 보인다.

여러 연구기관이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3%, 심지어 1%대로 전망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4%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외형성장에 집착할 때가 아니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 체질개선을 이루는 게 급선무다. 미국·유럽·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데 우리만 성장률 목표에 매달리는 것은 안갯속에서 과속하는 꼴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 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내수 경기가 회복된다.

지난 외환위기는 수출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게다가 가계 부채비율이 높고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이 크게 늘어나 서민 중산층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는 친기업 반노동의 편협한 태도를 버리고 이런 취약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한정된 재원을 소모적이고 일회적인 건설부문에 쏟지 말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데 투자해야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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