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1.04 21:02
수정 : 2008.11.04 21:02
사설
한-미 쇠고기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외교통상부 고위직에 특채됐다. 외교통상부 안에선 그가 조만간 대사로 나갈 것이란 얘기까지 나돈다고 한다.
아직도 온국민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듯, 민씨는 쇠고기 협상을 잘못 이끌어 사상 유례 없는 파문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가 민씨를 재기용한 건 그의 충성심 때문일 수도 있고, 협상 과정에서 정권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 데 대한 보은일 수도 있다. 민씨는 협상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에 “쇠고기 협상은 우리가 미국에 선물을 준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는 궤변으로 맞섰던 인물이다.
그는 여전히 떳떳하다. 외교통상부에 돌아오면서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분들과 제가 나라 사랑하는 방식이나 견해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로서 부끄럼 없이 행동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있을 수 없다.
민씨의 재기용이 문제되는 건 그의 ‘나라 사랑하는 방식’ 탓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의 무능력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우리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이 실패한 협상이다.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조처를 완화한 걸 거꾸로 강화한 줄 알고 협상을 진행한 점이나, 미국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로 분류한 부위를 안전 부위로 알고 수입을 허용한 점 등 협상의 기본을 지키기 못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정부의 무신경과 무능력이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켰던 것이다. 무능한 협상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정권을 흔들리게 했던 사람이 한점 반성도 없이 공직을 다시 맡는 게,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 수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 정부의 인사하는 방식이다. 실력이 모자라거나 정책 실패로 물러난 인사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자리로 영전하는 게 이 정부 인사의 특징 중 하나다. 이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물었다”고 밝힌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필리핀 대사로 내보낸 게 그런 예의 하나다. 가장 유능한 인사들을 모아 써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보은하듯이 인사를 하니 민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씨의 재기용을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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